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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밥 먹고 사냐”던 심리학 ...요샌 초등생도 “심리학자가 꿈”|조회수 2082
백현옥 (chowon)2011.11.13 15:38

서점가는 심리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드러나는 대표적 현장이다.
하지현 교수의 말마따나 서점가는 최근 심리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현장이다. 20~50대까지 세대별로, 또 다양한 분야별로 ‘심리’ 혹은 ‘심리학’을 붙인 책들이 이루 다 열거하기 힘들 만큼 즐비하다. 심리학·정신분석학 핵심 개념을 설명한 입문서 성격에서 심리학을 원용한 자기계발서까지 유형이 다양하다.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최근 7~8년 새 심리학 관련 도서의 판매는 네 배 이상 늘어났다. 상당수가 초판 발행에 그치곤 하는 인문서적 분야에서 심리학 관련 책은 요 몇 년 새 종합 베스트셀러 수위에 오르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눈에 띄는 것은 이런 흐름을 국내 저자들의 책이 주도하는 점이다. 2008년 출간된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한민국 30대를 위한 심리치유카페’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서른 전후의 눈높이에서 고민할 법한 이슈들을 심리학적 분석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다루는 내용이다. 나아가 그런 고민과 방황이 혼자만의 것은 아니라는 위로, 무엇이든 자신감을 갖고 해 보라는 격려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60만 부나 팔리면서 출판계에 한동안 ‘서른 살’과 ‘심리학’을 키워드로 내건 책들이 이어지는 붐을 일으켰다. 이 책에 대한 독자들의 질문을 모아 이듬해 자매편 격으로 출간된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도 18만 부가량 팔리는 성공을 거뒀다.

'서른 살…'을 펴낸 출판사 갤리온의 강수진 대표는 “본격적인 철학보다는 덜 부담스러우면서도 서른 살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것이 심리학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예전의 서른 살은 어른으로 취급됐지만 지금의 서른 살은 취직해 겨우 2~3년이 지났을 뿐 이들에게 공감하고 도움말을 줄 멘토가 절실한 시기'라고 말했다.

기실 고개를 끄덕거리며 공감을 표하거나 도움말을 줄 상대가 필요한 건 서른 살 무렵만이 아니다. 2009년 출간된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도 최근의 심리학 관련 서적 중에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지금까지 25만 부가 팔린 이 책의 부제는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이다. 이 책은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중년 남성의 시각으로 풀어낸 에세이로 구성됐는데, 여기에 심리학적 시각과 한국 남성들을 향해 ‘점잔 빼지 말고 행복을 추구하라’는 주장이 더해져 있다.

기업들이 제품 개발이나 판매·광고에 심리학을 활용하는 건 당연지사인데, 요즘은 직원들을 위한 심리상담실을 마련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LG CNS의 ‘마음쉼터’는 5년 전부터 운영되고 있는 사내 심리상담실이다. 현재 2명의 심리상담사가 원하는 직원들에게 성격유형검사(MBTI)·다면인성검사(MMPI)·적성탐색·결혼만족도·대인관계문제검사 등 표준화된 인성·적성검사와 개인적 사안에 대한 지속적 상담을 해 준다.

‘마음쉼터’의 주일정 실장은 “기업마다 심리상담실 인력 배치 등 조직적 접근 위주로 운영하는 곳도 있고, 우리 상담실처럼 개인의 심리적 고충을 복지 차원에서 해결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곳도 있다”며 “사원에서 부장까지 상담실을 찾는 고민들이 다양한데 가장 절박한 고민은 직장 내 문제보다는 자녀 문제, 배우자와의 갈등 등 개인적인 문제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상담실은 비밀 보장을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어 상담 내용은 물론 누가, 어떤 부서에서 상담하러 왔는지도 집계하지 않는다고 한다. 주 실장은 “입소문이 나면서 요즘은 뭔가 힘들어하는 직원에게 상사가 상담실에 가 보라고 권유하기도 한다”며 “심리적인 것에 대해 의논하는 것을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보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 시각 때문에 처음에는 상담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나누리병원 정신분석연구소) 소장은 “예전에는 저 같은 경우만 해도 교수나 선배를 찾아가 깊은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는데, 요즘 사람들은 그런 걸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여기곤 한다”며 “요즘 현대인은 누구나 만성적 불안과 방황을 겪는데 권위가 상실되고 경쟁이 치열해진 사회에서 이를 혼자 해결하려는 노력으로 심리학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심리학 대중화 현상에 대해 “칼날의 양면 같다”고 말했다. “자기를 이해하고 성찰하는 면에서는 긍정적”인데 “잘못된 지식과 이론으로 무장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기도 한다”는 지적이다. 서른 살…의 저자이기도 한 김 소장은 “소통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책은 치료 행위가 아니다”며 “책에 한두 페이지로 축약된 내용이 (치료에서는) 2년, 3년이 걸리는 고통과 인내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 이나미 박사 역시 심리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에 긍정과 우려를 동시에 드러냈다. 그는 “과거 정신과라면 정신병동에 갇히는 것만 생각하던 것과 많이 달라졌다”면서도 “모든 걸 심리적으로 분석한답시고 엉뚱한 결론을 내려 부모를 너무 원망하고 자신을 희생자로 몰아가거나, 생업을 걷어치우고 정신분석만 받으러 다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심리학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조종하는 독심술로 여기거나 근본적인 문제를 덮어 버리고 이상한 팁만 주는 대중심리서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한다”며 “미국 등에 비하면 심리학 대중화의 초기라서 옥석이 안 가려지는 것 같다”고도 지적했다.

서울대 곽금주(심리학과) 교수는 “몇 년 전까지도 외부에 강의를 나가면 ‘심리학 해서 먹고 사느냐’는 질문도 받곤 했는데 요즘은 초등학생도 심리학자가 되고 싶다고 메일을 보내 오는가 하면 가구 만드는 회사에서 아동심리에 대한 도움말을 듣고 싶다고 연락이 온 적도 있다”며 “하지만 자칫 엉터리 심리학이 유행할까 두렵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들이 있기는 해도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반짝 유행으로 지나갈 것 같지는 않다. 곽 교수는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인간을 다루는 거의 모든 학문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심리학이 한껏 대중화된 미국의 경우 심리학의 응용 분야는 범죄심리학·상담심리학·직업심리학·교육심리학·조직심리학·공간심리학·스포츠심리학·정치심리학 등 팔방미인 격이다.

하지현 교수는 “예전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세상이 변해야 ‘나’도 행복하다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개인주의는 아니라도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세상이 아니라 ‘너’와 ‘나’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바쁘고 ‘나’를 이해하는 것이 생존에 절실한 시대”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 교수는 “커피전문점이 늘어난다고 커피믹스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는 비유적인 말로, 심리학과 다른 사회과학 방법론이 병행하리라는 의견을 덧붙였다.